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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은사님 한 분쯤은 마음속에 담고 있겠죠? 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학창시절 가장 기억나는 선생님 한 분이 제 마음속에도 담겨져 있습니다. 인연도 참 특별했거니와 무엇보다도 선생님과 보낸 1년여 동안 선생님과 저는 재밌고 신기한 추억이 참 많았습니다. 그 추억중 한가지를 소개하고 싶네요.

고등학교 1학년때 일입니다. 겉보기에도 그저 공포가 엄습해 오는 인상의 선생님 한 분이 '너네들 1년간 죽었다' 라는 포스로 입학 첫날 교단에 모습을 드러내셨는데 어찌나 공포감이 들던지 첫날부터 반 전체는 거의 장례식장 분위기였습니다. 더군다나 공포의 저 담임이 맡은 과목이 미술이라니;; 나참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는 그런 선생님이셨습니다.

첫날부터 생긴모습 답지 않으시게 자신은 하나의 반을 맡으면 시작부터 깨끗하게 하고 싶으시다면서 뭐라더라? 반찬이 땅바닥에 떨어져도 다시 주워 먹을수 있는 그런 깨끗한 교실? 적어도 일주일 이상 대청소하는줄 알고 집에다가 늦게 하교한다 미리 말해두라 엄포를 놓으셨습니다. 미술교과를 맡으셔서 그런지 어쨌든 대청소 후에는 정말 반 전체가 광이 날 정도였습니다.

성격은 또 어찌나 불같으시고 화끈하신지 96년도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당시 대우의 '르망'이란 자동차에 튜닝을 하셔서 등교길부터 굉음을 뿌리면서 등장하기로 유명한 선생님이셨습니다. 하교길엔 흙먼지를 가득 뿌리며 운동장 한바퀴 돌고 퇴근하시는 비정상적인 분으로도 유명하셨죠. 첫날부터 자신의 과거(?)를 폭로하시면서 우리 모두들을 감동의 도가니탕으로 몰아 넣은 분이기도 하십니다.

자신도 문제아였고 방황을 많이 했지만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미대입시를 준비하셨고 대학을 거쳐 노력하고 정말 노력해서 미술선생님이란 타이틀까지 획득한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십니다. 덕분에 우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꿰차고 계셔서 선생님께 거짓말 한 번 했다간 집에 제대로 걸어가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으니 그 어떤 큰 잘못을 했을지언정 솔직하게 보고하면 폭력(?)없이 조용하게 마무리 하신 로맨스가이기도 하셨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났고 우리나 선생님이나 모두들 각자에게 적응을 하기 시작했고 별 문제없이 무사하게 여름방학까지 거치고 2학기 무렵 우리반에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솔직히 지금 돌이켜보니 그 내용은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가 않습니다만 좋게좋게 우리를 이끄셨던 선생님의 깊은 뜻을 우리들은 조금 안일하게 받아들여 선생님 기분을 무척 언짢게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무언가 과제를 내주었는데 한 반 50여명중 1할 정도만 그 과제를 해온것입니다.

이 사실을 안 선생님은 무척 화를 내셨고 다시 공포분위기로 돌변! 정말 우리들에게 많은 실망을 하신것으로 기억합니다. 선생님이 분노를 참지못해 교단에서 행위예술(?) 하시는동안 어찌나 다들 오금이 저릴정도로 떨었는지 지금도 그 순간은 뚜렷하게 기억이 나는군요. 혼자 행위예술 하시면서 참고 참으시다 조용히 한말씀 하셨습니다. "내 다 참는다 참어! 좋다! 너희들 오늘 날잡았다. 안그래도 내 오늘 숙직이니 저녁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오늘까지 과제물을 숙직실로 가져온다면 내 너희들을 용서하겠다!"

저는 그 말씀을 들은 순간 아이쿠;; 오늘 당장 집에가서 빨리 마무리 짓고 다시 학교를 와야겠다라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같은반 친구들은 뭐 대충 넘어가면 되겠지란 생각을 했었나 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 8시 숙직실 문을 노크하고 문을 연 선생님의 표정은 '너 왜왔냐? 그렇다고 진짜오냐?'였습니다. 아 저 또라이;; 죽일듯 다시 가져오랄땐 언제고 뭔 저 쌩뚱한 표정;; 선생님은 일단 저를 안으로 안내했고 오히려 그 시간부터 선생님은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였습니다.

물론 저역시 이 분위기를 어떻게 생각해야하나 참 웃긴것도 사실이였습니다.ㅋㅋ 그러다 선생님의 황당한 멘트가 또 들리기 시작합니다. "OO아 너 족발 먹을래?"ㅋㅋㅋㅋ '아;;; 이뭐 왠 족발ㅋㅋ'. "아,,아뇨 전 그냥 숙제를 내러 왔는데요;;", 갑자기 선생님이 "아니다 너 뭐 좀 먹고가라! 잠깐만 기다리고 어디서 전화오면 일단 너가 받고 선생님 곧 오신다고 꼭 전하고 메모해둬라"하시면서 어디론가 급하게 나가셨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곧 르망의 굉음소리가 나면서 운동장을 가르더니 교문 내리막길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모습이 창가에서 보입니다. '아 저 xx놈(당시 선생님 별명^^) 또 뭔짓을 하러 가는걸까' 대략 30여분이 지났나요? 선생님이 양손가득 족발과 보쌈 그리고 소주까지 가득 사오시더니 우리 맛있게 먹자면서 이것저것 먹거리들을 풀어 놓고 계십니다. "저;; 선;;;선생님 숙제는...?", "아 지금 무슨 숙제야!! 알았어 잘했어 잘했어 너 최우수야 최우수 자 먹자 먹어!!" 그렇게 쌩뚱맞게 담인선생님과 전 족발에 보쌈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은 중간에 "좀 따라봐 새꺄!!"하시면서 소주병을 주십니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따라드리고 어느정도 취기가 올라오신 선생님이 제가 말씀하십니다. 너희집에 전화를 걸어야겠다 하시면서 어머님과 이러쿵저러쿵 통화를 하시더니 "잘 들여보내겠습니다"로 마무리 하시면서 "OO아 너도 소주 한 잔해라"하십니다. 솔직히 제가 술을 처음 마셔본게 고1때인건 사실입니다만 이 뭐 뜬금없이 학교 숙직실서 담임과 소주 한 잔이라니욧?ㅋㅋ 패닉상태였습니다. 이걸 마셔야돼? 말아야돼?

하지만 이미 제 술잔엔 소주가 따라져 있었고 선생님은 "건배하자!!"를 외치십니다;;; 그렇게 건배를 외치고 조금씩 조금씩 한 잔을 비웠습니다. 선생님은 넌 딱 두 잔만 마셔라 하시면서 남은 술,보쌈,족발을 우리 둘은 싹 해치워버렸습니다. 그리곤 그 숙직실에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들의 꽃이 가득 피워졋습니다. 정말 저에게 좋은 말씀을 많이 전해주셨고 선생님의 예전 이야기들을 더 디테일하게 들을 수 있었고 정말 대단하고 존경심을 표할 분이란 생각이 가득했고 지금 이순간의 추억을 평생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만약 학교에서 이 사실을 안다면 선생님은 징계를 먹을법한 사건이겠죠?^^ 10년도 훨씬 지난 일이다보니 이렇게 편하게 쓸 수도 있는듯 싶습니다. 그렇게 선생님과 저는 소중한 추억 하나를 만들었고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선생님은 찻길까지 마중나와 택시비까지 쥐어주시면서 "내일보자! 아 그리고 어머님껜 술 이야긴 빼라^^"하신 마지막 눈웃음을 전 아직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날 교실에서 만난 선생님과의 눈인사도 잊지 못할 추억이네요.ㅋㅋ

지금 선생님은 중학교 미술선생님으로 아직 근무하고 계십니다. 얼마전 직접 통화하기가 왜 그렇게 쑥스럽던지 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선생님 역시 그날의 숙직실 추억을 잊지 않고 계시더군요. 제가 더 자리잡히면 제대로된 식사자리를 꼭 마련하고 싶습니다. 저마다 맘 속에 품고 있는 선생님들과 많은 추억이 있겠지만 저처럼 숙직실에서 짜릿한 소주 한 잔 한 분은 그렇게 많지는 않겠죠? 정말 잊을 수 없는 제 소중한 추억중에 하나인 '선생님과 소주 한 잔..'의 추억! 가끔 힘들땐 그 때가 너무도 그립고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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