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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탕의 이름이 정확히 '신호등사탕'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내 기억엔 빨강 노랑 초록 이 세가지 사탕이 하나의 포장에 담겨 당시 친구들이 꽤 많이 먹었던 사탕이지 싶다. 난 이 사탕을 잊지 못한다. 분별력이 없을 나이지만 사고란 것이 생기고 처음으로 느꼈던 감정이였다. '가족'이라는 참 뜻을 알게된 시작점이라고도 할까? 그저 남들 입장에선 한 편의 추억이라 생각이 들겠지만 내가 체감했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어 어쩌고 보면 트라우마로 그 심각했던 장애와 후유증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정확히 기억한다. 그 날을.. 초등학교, 당시 국민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굉장히 중요했던 준비물을 놓고 왔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놓고 온 것이 아니다.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시 부모님은 서울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알부자 동네에서 옷을 수선하는 가게를 하셨다. 당시 나름 차별화를 뒀던지라 그냥 수선은 답이 없고 명품을 취급하자는 목적하에 전문가 두 분 까지 영입하셔서 하루하루 바쁘게 사셨다. 워낙 싸모님들 많은 동네였던지라 있는 사람들이 밤늦게 까지 부탁하면 어쩔수 없이 먹고 살아야 했던 때인지라 우리들에게 소홀하셨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준비물(기억이 잘;;;;)이였기에 밤늦게 까지 일하시는 어머니께 난 전화를 해 신신당부를 했다. 꼭 준비해주셔야 한다고.... 그리고 난 굿나잇을 했겠지.... 그리고 어머님은 새벽 늦게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셨을 터이고.........그리고.......  아침이다. 또다시 정신없는 초딩생의 하루의 시작이다. 비몽사몽 세수하고 이닦고 밥을 먹고 준비물을 새까맣게 잊은채 초딩생은 그렇게 등교를 하고 말았다. 그리고 내가 준비물을 놓고 왔다는걸 깨달은 때는 1교시가 훨씬 지난 시간이였다.

쉬는시간. 분노한 초딩생은 불타는 맘으로 공중전화서 집으로 전화를 건다. 그리고 엄마에게 당시 초딩 3학년이 할 수 있는 소리, 못할 소리 구분도 짓지 못한채 그저 엄마만 원망하며 고래고래 악도 질렀으리라. 무조건 엄마만 탓하며 난 분명 전날 말했는데 왜 챙겨주지 않았냐~ 나만 안가져와서 큰일났다~ 쏘아붙였겠으리라. 어머니는 어제 통화한걸 깜빡하셨다며 지금이라도 준비해줄테니 걱정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며 급하게 끊으셨다.

화가 날대로 난 우리의 초딩생은 계속 엄마만 원망하고 있었다. 이윽고 준비물이 필요한 교시가 다 되어가고 안절부절 못해하던 찰나 친구가 나를 부르며 엄마가 오셨다고 전해준다. 눈썹 휘날릴 정도로 복도에 나가보니 다행히 엄마가 준비물을 급하게 준비해 오셨다. 냅다 낚아채곤 아무말 하지 않고 그저 삐돌이가 되어 인사도 안하고 난 그렇게 교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교실 내 자리에 앉자마자 당시 그 어린 아이가 왜! 대체 어떻게 그런 감정을 느끼고 그렇게 눈물을 흘렸는지 당사자인 난 아직도 이해를 하지 못한다.

정말 급하게 준비하신 티가 날 수 밖에 없던 한 쪽 손잡이가 뜯겨버린 검정비닐봉지. 정말 필요했던 지금으로 따지면 완전 신상 준비물. 그리고.... 신호등 사탕..... 당시 50원 했나?ㅠ

상상할 수 있겠는가? 초등학교 3년생이 대체 무슨 생각을 느꼈기에 그 신호등사탕을 보자마자 그렇게 눈물을 쏟아 냈는지를... 그저 필요한거 극적으로 생겨 조금전까지 자신이 무슨 짓거리를 했는지 까먹고 싱글벙글 해야 할 그 나이에 난 책상에 엎드려 계속 눈물만 쏟아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가만 생각해보니 쇼핑백도 아닌 검정비닐봉지와 준비물, 그리고 그 문제의 신호등 사탕! 삼박자가 척척 맞아 버려 문제의 초딩생을 패닉상태에 빠뜨려 버린 것이다.

신호등사탕. 항상 노랑색을 먼저 먹을까? 초록을 먼저 먹을까? 고민했던 그 신호등사탕을 녹아내릴 정도로 붙잡으며 어머니께 너무너무 죄송스러웠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를 깨닫고 그렇게 계속 눈물을 흘렸다. 흐잉;; 더 비싸고 맛있는 간식도 많은데 아~왜 하필 가슴이 후벼파지는 신호등사탕을 선택하셨는지 다 커버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이부분이 또다른 원망이다.ㅋㅋ

그럴싸한 빵이나, 혹은 여럿이 나눠먹을 과자나 요런걸 준비하셨다면 눈물은 왠말이요~ 마음이 오히려 편했을 것을 어찌나 급하셨음 손이 가는대로 짚으신 신호등사탕. 이 모든것이 어린나이였지만 영상처럼 흘러갔다. 그날 이후 죄송하다 말을 했는지 꼭 이런건 기억에 없다;; 지깟게 용서를 빌면 또 뭐 어떻게 빌겠냐만은 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꼽아보라면 그 누구에게도 말못한 신호등사탕이 내 기억속에 남아 있다.

요즘 어머니와 트러블이 심하다. 자꾸만 의견충돌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하고 점점 어머니도 나이를 드시는구나 생각하니 이러면 안된다는걸 알지만서도 자꾸 난 겉도려 한다. 어제 소주 한 잔 하고 새벽 집에 들어오는 길에 무심코 본 횡단보도 신호등에서 이전 기억을 꺼내와 집앞서 담배 한 대 태우며 과거 여행을 떠났었다. 잊지못할 신호등사탕! 이 글을 빌어 과거의 아들이 당시 어머니께 정말 죄송했다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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