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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아들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 다른건 어느정도 서로 믿고 있는 관계가 되었는데 유독 우편물에 집착을 보이신다. 집착? 흠;; 마땅한 단어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이유없이 내 우편물을 가지고 계신다. 아싸리 뜯어보고 그냥 허무해지시면 다행이련만 그저 뜯지도 않은채 한꺼번에 몰아서 건내주신다.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는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고딩 시절부터 시작된듯 싶다. 학생 신분에 '연애질'을 반대하시던 엄마. 뭐 지금보면 정말이지 순수하게 성당에서 만나 한학년 연상을 만난다는 자체가 거북스러우셨는지 순수한 펜팔이 맘에 안차신것.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에게 온 편지를 죄다 모으고 계셨던것.

모으셨다기 보단 안준것이겠지.ㅋ 그렇게 시작이 되어 군대에 있을 동안 나에게 온 편지는 엄마의 쏠쏠한 재미(?)였던 것이다. 딱히 뭐 다 까보면 별 것 없을텐데. 그게 습관이 아닌 습관이 되어버린 것일까? 나이를 먹고 사회에 물들어갈즘 고지서란 것이 한 장 두 장 쌓이게 될 쯤 고걸 얼마나 보고 싶으실까? 이놈이 어디다가 카드를 쓰고 다니는지 참 궁금하긴 하실 것이다. 그러다 드디어 사고가 터져버렸으니....

몇해전 여름 대박으로 놀던 기억이 나는데 딱 그시점쯤 엄마는 내 카드명세서를 보고 만것이다. 허락없이 뜯은걸 알게된 나는 무척 화를 냈었고, 아니지;; 화 뿐만이 아닌 해서는 안될 막말을 하고 말았다. '정신병'있으세요? 요정도?ㅋ 하지만 다행인건 본인도 무척 잘못하신걸 알기에 그렇게 마음이 상하시진 않은듯 보인다. 그렇게 시간이 또 흐르니 죄다 아신다. 환급금은 얼마 나왔네? 환경부담금은 뭐니? 카드 만들었냐? 등등.....

매번 화가 난다. 하지만 이제 그러려니 한다. 뭐 방법도 없다. 하지말라고 안 할 분도 아니고 대화를 통해 풀고 싶지만 솔직히 귀찮다. 그게 당신 인생에 한부분의 낙이라면 뭐 즐기시라 한다. 하지만 최근 엄청난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엄마도 어디선가 들어보셨을 것이다. 바로 'google'. 구글에서 중요한 문서가 해외우편으로 왔다. 본인도 주소와 이름이 영어로 써있어 매우 호기심이 가셨나보다. 난 말한다. 혹시 외국우편 뭐 온 것 없냐고. 모른다 하신다.

훗날 알고보니 정말 모르셨던듯 싶다. 하지만 어머니가 가지고 계셨다. 몰랐던건 까먹고 계신 것이다. 알고 계셨다면 "아! 그거?"하면서 주셨을 것이다. 하지만 까맣게 잊으시곤 모른다 하시고 시간이 흘러 난 조금 손해보는 일이 생겼다. 그러다 다름아닌 내 눈으로 구글의 문서를 발견했다. 그리고 난 웃었다.ㅋㅋㅋㅋㅋㅋ 성질나서 정말 웃었다. 이거 이젠 해도해도 너무한다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전에 막말한게 기억에 남아 일단 참아보기로 하고 방에 돌아와 대책을 마련했다.

그리고 난 펜을 들었다. 그리고 솔직하고, 정말 원하고 있는 부분을 하나하나 써 내려갔다. 그리고 수신인에 내 이름 석자를 넣었다. 오랜만에 우표를 구입, 곱고 예쁘게 마무리 한 후 우체통에 넣었다. 몇일후 역시 내게 당연히 와야 할 편지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엄마는 나를 부르신다. 먼저 꺼낸 말씀은 "정말 미안하다"였다. 너의 글을 읽으면서 정말 내가 잘못했다는걸 알았다 하신다. 괜시리 괜한 짓을 한게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위에서 말했듯 어쩌고 보면 몇 안되는 낙이셨을텐데....

하지만 그 날 이후로 내게 오지 못하고, 내게 왔어야할 편지는 정확하게 내 책상위에 뜯겨진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올려져 있다. 더불어 우표없는 편지와 함께. 엄마와 나. 우리 둘은 두가지의 취미가 동시에 생겼다. 하나는 서로 편지를 쓴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우편물을 줄이자는 의견에 서로 동감하며 해지 및 취소를 하는 취미가 생겼다. 이렇게 편지로 인한 사건은 편지로 마무리가 되었다. 비록 수취인은 나였지만 엄마에게 쓴 글을 다행히 진심으로 읽어주셔서 뭔가를 느끼신듯 싶다.

내 어머니는 좀 특별한 취미였지만, 혹 당신들의 부모님중 편지를 함부로 뜯는 분이 계시면 이런 방법을 한 번 써보시길 바랍니다. 어쩌겠습니까? 부모에게 믿음을 못준 본인들을 탓해야겠지요ㅋ 그리고 뭐 오랜만에 부모님께 편지 한 통 써보는 것도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 공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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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까만고양이 2009.03.03 17: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봤습니다.

  2. Favicon of http://blog.daum.net/chamkkaegoon BlogIcon 참깨군 2009.03.03 2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들에 대한 못믿어움에 따른 보호적 행동이 무의식중에 습관이 되신 것 같네요. ^^;
    그래도 어머님께 편지를 써서 확실하게 약속을 받아내셨네요.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멋지네요. ^^

  3. Favicon of https://lovelyjeony.tistory.com BlogIcon ♥LovelyJeony 2009.03.04 14: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외국에 나가있을때 꼭 편지를 써서 보내드리는데, 쓰다보면 감정이 격해지기도 하고, 말론 못할말들을 하게 되효~
    근데 그런 제 편지들을 보석함에 소중히 보관하시는걸 본후엔 작은 카드라도 꼭 쓰게 되더라구효-ㅎ
    수많은 매체중에 역시 사람간의 통신이 제일 잘되는것은 손편지인듯 합니당-허허